원달러 환율 전망: 해협보다 급한 건 사우디의 생산량입니다 (9/14)

한 줄 요약: 원달러 환율 전망을 좌우할 변수로 다들 호르무즈를 보지만, 지난주 숫자에서 더 무거운 쪽은 사우디의 공급 자체였습니다.

금요일 유가가 내린 이유, 그리고 주말에 벌어진 일

11일 국제유가는 내렸습니다. 브렌트유 11월물은 3.02달러(2.81%) 하락한 배럴당 104.61달러, WTI 10월물은 2.43달러(2.37%) 내린 100.05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걸프 국가들과 이란 사이에 호르무즈 임시 통항 합의가 추진된다는 기대가 하락의 직접적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이 하락은 ‘공급이 늘어서’가 아니라 ‘늘어날 것 같아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주말 사이 그 전제가 흔들렸습니다. 호르무즈 관련 협의는 연기됐고, CNN은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 의제를 핵 프로그램으로 좁히면서 호르무즈 문제는 아예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에너지장관은 협상만 믿지 말라며 호르무즈를 경고했습니다.

진짜 숫자: 사우디는 이미 30여 년 만에 가장 적게 보내고 있습니다

해협 논쟁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수치가 있습니다. 8월 사우디 원유 공급은 600만 배럴 수준으로, 전월 대비 230만 배럴 줄어 30여 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습니다(파이낸셜뉴스).

여기에 11일 사우디 에너지부는 전날 이라크에서 출발한 드론이 동서 송유관을 공격했고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상자도 발생했습니다. 동서 송유관은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고 홍해 쪽으로 원유를 빼내는 우회로입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중단만으로 최대 4%의 공급 차질 가능성이 거론됐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구도입니다.

구분 현재 상태
호르무즈 해협 정문 임시 통항 협의 연기, 미국 협상 의제에서 제외 가능성
동서 송유관 우회로 9월 10일 드론 피격 → 예방적 가동 중단, 재가동 시점 미발표
사우디 생산·공급 창고 8월 600만 배럴, 전월비 -230만, 30여 년 만 최저

문이 열려도 창고가 비어 있으면 물건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유가는 호르무즈 뉴스 한 줄에 반응하되, 반응의 지속성은 사우디 에너지부의 재가동 발표 여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사례: 같은 송유관이 다섯 달 만에 두 번째입니다

이 송유관이 노려진 건 처음이 아닙니다. 올해 4월 8일, 휴전 직후에도 사우디 동서 송유관 펌프장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이란 측 드론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경향신문). 즉 이번 사건은 돌발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의 두 번째 사례입니다.

여기에서 달라지는 것은 가격의 높이가 아니라 기간입니다. 일회성 피격은 며칠짜리 프리미엄을 만들지만, 반복되는 피격은 정유사와 트레이더의 재고 정책을 바꿉니다. 4월 사례 때와 지금의 차이는 그사이 사우디의 실제 공급이 230만 배럴 줄었다는 점이고, 그만큼 완충 여력이 얇아졌습니다.

원·달러 환율: 세 가지 힘이 서로 당기고 있습니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345.9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예상 범위로는 1,340~1,353원이 제시됐습니다. 뉴욕 시장에서는 1,341원대까지 되밀렸다가 주말 사이 1,344원 안팎으로 다시 올라왔습니다.

  • 밀어 올리는 힘: 유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에너지 결제 수요, 미 연준의 인상 기대(CME 기준 86~87%)
  • 눌러 내리는 힘: 반도체 기업의 달러 매도(네고) 물량, 경상수지 흑자
  • 방향을 뒤집을 수 있는 힘: 18일 일본은행(BOJ) 결정. 엔화가 강해지면 원화에도 강세 압력이 옵니다

하건형 신한은행 연구원은 1,300원대 초중반에서 하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 BOJ 인상 시 아시아 통화 강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채권: 국고채가 먼저 항복했습니다

지난주 한국 국고채 3년물은 4.014%로 2023년 11월 1일 이후 처음 4%를 넘었고, 10년물은 4.540%로 2022년 10월 24일 이후 처음 4.5%를 웃돌았습니다. 미 10년물은 4.97%대에서 장중 5.00%를 건드렸고 30년물은 5.38% 안팎입니다.

주목할 점은 한·미 10년물 격차입니다. 미국이 43bp 안팎 높은 상태인데, 이 격차가 좁혀지는 방식이 두 가지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 금리가 내려서 좁혀지면 원화에 우호적이지만, 한국 금리가 더 올라서 좁혀지면 환율에는 도움이 되어도 주식에는 부담입니다. 지난주는 후자였습니다.

금과 은: 유가와 같이 걷지 않았습니다

금 12월물은 4,408달러대, 현물은 4,347달러대였고 은은 65달러대였습니다. 두 금속 모두 주간 기준으로는 하락했습니다. 지정학 위험이 커지는데 금이 오르지 않은 것은, 이번 국면의 주된 압력이 ‘안전자산 수요’가 아니라 ‘실질금리 상승’이었기 때문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금은 지정학보다 금리에 먼저 반응했습니다.

자산 배분 시사점: 두 가지 경로

경로 A — 호르무즈 임시 통항이 실제로 합의되는 경우. 브렌트유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오면 물가 경로 부담이 줄고, 원·달러는 1,330원대를 시험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국고채 3년물의 4% 재이탈 여부가 확인 지표입니다.

경로 B — 협의 연기가 길어지고 송유관 중단이 이어지는 경우. 브렌트유가 110달러대를 재시험하면 원화는 1,350원 상단을 다시 봅니다. 확인 지표는 브렌트 근월물과 차월물의 가격 역전(백워데이션) 폭입니다. 이 폭이 벌어지면 시장이 ‘지금 당장의 물량 부족’을 가격에 넣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의 관점: 협상은 헤드라인을 바꾸고, 생산은 가격을 바꿉니다

지난 한 주 유가는 9% 안팎 올랐다가 금요일 하루 2%대를 반납했습니다. 오르내림의 재료는 모두 ‘협상 기대’와 ‘협상 지연’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배럴 수를 바꾼 사건은 두 개뿐입니다. 사우디의 8월 공급 230만 배럴 감소, 그리고 동서 송유관의 중단입니다. 뉴스는 매일 바뀌지만 배럴은 천천히 바뀝니다. 이번 주 환율과 금리를 볼 때, 헤드라인보다 사우디 에너지부의 재가동 공지 한 줄을 더 기다려 보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같은 날 한국 증시, 미국 증시, 암호화폐 시황도 함께 확인해 보세요.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자산에 대한 매매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