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주간 전망: 자사주 38조가 지키는 바닥, 네 마녀의 날이 흔드는 천장 (9/6 저녁)

한 줄 요약: 이번 주 코스피 주간 전망의 출발점은 지수가 아니라 두 회사의 매수 여력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1월 중순까지 사들이기로 한 자사주 약 55조 원 가운데 아직 38조 3,000억 원이 남아 있고, 신한투자증권 가정대로 하루 1조 6,000억 원씩이면 24거래일을 더 살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지난주 반도체를 2조 4,000억 원 팔고도 코스피가 6,687.21에서 멈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돈이 바닥은 만들어도 방향은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고, 방향은 10일 네 마녀의 날과 11일 미국 CPI가 정합니다.

파는 손과 사는 손: 하루 거래대금의 4.6%가 자사주 매수

지난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 7,767억 원, 기관은 4조 4,579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8월 27일~9월 2일). 업종별로는 반도체에서만 외국인이 2조 4,000억 원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지수는 주간 -1.50%에 그쳤습니다. 8조 원 넘는 매도를 받아낸 손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손의 정체가 자사주입니다. 두 회사의 하루 매입 규모 1조 6,000억 원은 9월 2일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35조 원의 4.6%에 해당합니다. 6월 초 거래대금이 150조 원이던 때라면 1%에 불과했을 돈이, 판이 얇아지면서 시장에서 가장 큰 단일 매수 주체가 됐습니다. 외국인 매도가 지수를 크게 흔들지 못하는 것도, 반대로 지수가 시원하게 오르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자사주는 가격을 올리려고 사는 돈이 아니라 정해진 물량을 정해진 기간에 사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EBN 주간증시전망)

인과: 미국 10년물 4.8%가 반도체를 팔게 했다

외국인이 반도체를 판 경로는 단순합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재개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었고, 물가 우려가 미국 10년물 금리를 지난주 4.8%까지 밀어 올렸습니다.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할인율이 오르면 이익 성장이 먼 미래에 몰려 있는 성장주, 그중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높은 반도체가 가장 먼저 팔립니다. 금요일 밤 미국 8월 고용이 예상의 두세 배인 16만 2,000명으로 나오면서 9월 인상 확률이 60.4%로 올라간 것도 같은 방향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 한국 증시의 첫 번째 변수는 국내가 아니라 화요일(9일)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첫 집행입니다. 회당 매입 규모를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늘린 첫날, 10년물이 4.8% 아래로 내려오는지가 외국인 반도체 매도의 강도를 정합니다.

데이터 비교: 삼성전자 자사주 세 번의 기록

발표 시점 규모 성격 이후 주가
2017년 1월 9조 3,000억 원 주주환원(소각) 같은 해 11월까지 +50.3%
2024년 11월 10조 원(3조 원은 3개월 내 소각) 주주환원(소각) 발표 당일 +7.21%, 2025년 9월 말 +68.1%
2026년 6월 3년간 약 90조 원(보통주 5%) 반도체 특별성과급·PSU 지급용 코스피 6월 24일 8,356(시가) → 9월 4일 6,687

출처: 파이낸셜뉴스. 표가 보여주는 차이는 규모가 아니라 성격입니다. 2017년과 2024년의 자사주는 소각으로 이어져 주식 수를 줄였습니다. 올해의 90조 원은 대부분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주식이고, 지급분의 3분의 1은 즉시 매도가 가능합니다. 회사가 시장에서 사서 직원에게 넘기는 구조라 매수 기간에는 수급을 떠받치지만, 주식 수 감소 효과는 과거 두 차례보다 작습니다. 이 돈이 ‘바닥’은 만들어도 ‘추세’는 만들지 못한다고 보는 근거입니다.

구조 변수: 세제개편안이 바꾸는 ‘자사주의 공식’

이번 주 지수와는 별개로 짚어둘 변수가 있습니다. 9월 1일 확정된 2026 세제개편안은 국내 주식형 자산의 이자·배당을 전액 비과세하는 생산적금융 ISA(납입 한도 2억 원)를 신설했고, 8월 초안에 있던 계약기간 5년 상한과 일몰은 철회됐습니다. 2027년 1월부터는 자사주 과세 체계가 자본거래로 일원화돼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쪽이 세제상 유리해지고, 내년 3월 시행되는 상법의 ‘자사주 1년 내 소각 의무화’와 맞물립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이를 “자사주 매입=소각=주식 수 감소” 공식을 완성하는 조치로 평가했습니다. (EBN) 올해의 90조 원은 지급용이지만, 내년부터의 자사주는 성격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네 마녀의 날: 미결제약정이 적을수록 더 크게 흔들린다

목요일(10일)은 코스피200 선물·옵션 동시 만기입니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만기 1주 전 근월물 미결제약정이 3월·6월 만기 직전보다 뚜렷하게 적고 옵션 헤지도 상당 부분 되돌려진 상태라, 같은 규모의 자금이 들어와도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거래대금 35조 원과 합치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만기일 장 막판 외국인의 현·선물 청산 방향이 그날 지수를 정합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미국 8월 생산자물가(PPI, 예상 전년 대비 5.2%)와 ECB 회의가 겹칩니다. 반도체 가격 급등이 통신·전자장비 물가를 밀어 올린 결과로 예상되는 PPI라, 한국 반도체의 호재가 미국 물가의 악재로 돌아오는 역설적인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사례: 2024년 11월, 자사주가 바닥을 만들고 서사가 추세를 만들었다

2024년 11월 14일 삼성전자는 종가 4만 9,900원까지 밀렸습니다. 다음 날 10조 원 자사주 매입 결정이 나오자 주가는 7.21% 뛰었고, 이후 ‘5만전자’가 바닥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뒤 반년 가까이 주가는 5만 원대와 6만 원 사이를 오갔습니다. 68% 상승은 2025년 HBM과 AI 메모리 서사가 붙은 뒤에야 완성됐습니다. 자사주는 매수 기간 동안 하방을 막았고, 추세는 실적 이야기가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순서가 반대입니다. 서사(AI 메모리)는 이미 주가에 들어가 있고, 지수는 6월 24일 8,356(시가)보다 20% 낮으며, 자사주는 24거래일치가 남았습니다. 2024년의 교훈을 적용하면 이번 자사주가 할 수 있는 일은 6,200~6,500 부근의 바닥을 단단히 하는 것이지, 7,000선을 되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코스피 주간 전망 체크포인트 3가지

첫째, 화요일 밤 미국 10년물입니다. 바이백 첫 집행 뒤 4.7% 아래로 내려오면 외국인 반도체 매도가 약해지고, 4.8%를 넘으면 매도가 이어집니다. 둘째, 목요일 동시 만기 장 막판 외국인 선물 순매수 방향과 그날 밤 PPI입니다. 셋째, 금요일 밤 CPI(클리블랜드 연은 추정 3.4%)와 같은 날 나오는 한국의 9월 1~10일 수출입니다. 수급 데이터를 직접 읽는 방법은 투자자별 수급 데이터 가이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중급 투자자 시사점: 두 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 A(바이백이 금리를 누르는 주): 10년물이 4.7% 아래, CPI가 3.4% 이하로 나오면 외국인의 반도체 순매도가 순매수로 돌아서고, 자사주 매수와 겹쳐 NH투자증권 예상 범위 상단 7,300을 시험합니다. 확인 지표는 외국인 반도체 일간 순매수 전환, 9월 인상 확률 50% 아래 하락입니다.

시나리오 B(만기와 물가의 이중 압박): 동시 만기일 외국인 선물 매도에 PPI 5.2% 초과, CPI 3.4% 초과가 겹치면 지난주 저점 6,562가 1차, 예상 범위 하단 6,200이 2차 지지선입니다. 이 경우에도 자사주 매수는 이어지므로 급락보다는 ‘내려앉는’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확인 지표는 10년물 4.85% 상향 돌파, 인상 확률 70% 상회입니다.

한 줄 통찰: 38조 원의 자사주는 코스피의 바닥을 사는 돈이지 방향을 사는 돈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주 코스피 주간 전망에서 지수의 하단은 여의도가 정하고 상단은 워싱턴의 10년물이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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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자산에 대한 매매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